난민 수용 여부 정부에 맡기고 교회는 하나님 사랑 전해야... 서유럽을 격랑 속으로 빠뜨린 난민 문제가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 5월 500명 넘는 예멘인이 한꺼번에 제주도로 들어오면서 남의 나라 얘기였던 난민 이슈는 우리 문제가 됐다. 여론은 난민에 부정적이다. 터키 해변에 버려진 세 살짜리 소년 트루디의 죽음과 내전을 피해 떠도는 보트피플에 온정적 시선을 보냈던 이들도 대한민국 땅 제주에 예멘 난민들이 집단 입국하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난민 포비아’라는 말까지 생겼다. 한국교회는 평소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강조해 왔다. 교회는 이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국민일보와 국민일보목회자포럼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한국교회의 시선’을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참석했다. 사회는 김명기 국민일보목회자포럼 사무총장이 맡았다. ◇사회=김명기 국민일보목회자포럼 사무총장 -제주에 예멘인들이 입국한 뒤 난민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영훈 목사=올 들어 지난달 14일까지 제주도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예멘인은 모두 561명이다. 이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먼 나라 얘기였던 난민 이슈를 갑자기 피부로 느끼게 됐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던 것 같다. △김창준 전 의원=난민의 정의를 정확히 해야 한다. 난민은 인종 종교,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탈출한 사람을 말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난민을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난민과 이번에 국민이 직접 지켜본 예멘 난민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선 제주 예멘 난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 이주노동자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소강석 목사=그렇다. 이번 제주 예멘 난민은 대부분 말레이시아를 거쳐 왔다. 예멘 본토에서 곧장 한국으로 온 게 아니라 문제가 더 복잡하다. 유럽에서도 시리아 난민들이 터키에 머물다가 독일 프랑스 등 제삼국으로 다시 건너온 경우 난민 지위를 인정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유럽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다른 나라에선 난민 이슈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김 전 의원=미국의 경우 7만명씩 받다가 이번에 9만4000명으로 늘렸다. 그 배경엔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다. 유입되는 난민(이민)에 대한 백그라운드 조사가 철저한 것이다. 최근엔 서류 조작을 통한 난민 신청이 급증하고 있어 심사를 예전보다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일반적 수준의 폭력이 우려되는 정도로는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귀국 시 예상되는 박해의 정도까지 분명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난민으로 인정한다. △이 목사=김 전 의원 말처럼 난민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난민인 것처럼 위장해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만큼 심사 시스템이 잘돼 있다. △김 전 의원=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난민에 인색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난민 신청이 5년 새 10배가 넘었는데 인정률은 고작 0.9%에 불과하다. 난민심사 기간도 길다. 이번 제주 예멘 난민 사태에서도 정부의 대응이 아쉽다. △이 목사=법무부가 최근 난민심판원을 새로 만드는 등 더 신속하게 난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난민에 대한 근본적 대책과 국제 공조, 난민 스크리닝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 목사=독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5년부터 2년 동안 100만명 가까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다. 그랬던 독일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자국 내 난민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메르켈의 난민 포용책도 점점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여러 상황이 우리 정부로 하여금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한국교회는 제주 예멘 난민을 어떻게 봐야 할까.(다음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