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흔적 기도자가 성소에서 하나님께 하소연을 쏟아놓았습니다. “하나님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그가 제게 한 짓을 다 아시잖습니까. 제가 그에게 받은 상처를 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가 함부로 던진 말의 화살에 제 가슴은 찢어졌습니다. 그의 무례한 행동들과 교만한 횡포로 제 심장이 멈춰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상처가 하도 깊어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상처가 낫는다한들 흉터는 고스란히 남을 것입니다. 사과 한마디에, 손 한번 잡는 것으로 어떻게 없던 일이 되겠습니까. 하나님 저는 절대 용서하지 못하겠습니다.” 기도자의 부르짖음을 잠잠히 들으시던 예수님은 조용히 손을 내미셨습니다. 그 손에는 굵은 못 자국이 선명합니다. 허리춤을 걷으셨습니다. 그곳에는 창에 찔린 상처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주님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는데 그 상처들이 이렇게 아우성을 치는 듯합니다. ‘너 때문이야. 너로 인해 받은 상처다. 모르겠니? 너 때문에 이런 흉터가 생겼단다. 하지만 그는 너를 탓하지 않으며 원망하지도 않고 얼마든지 용서하고 있지.’ 기도자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지요. 정의를 외치다 받은 상처, 사랑을 나누다 얻은 상처, 복음을 전하다 받은 상처, 선한 양심을 지키다 남은 상처… 이 모든 상처들은 주님께서 먼저 가지셨던 상처, 바로 그분의 흔적이라는 것을요. - 국민일보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