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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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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뭘 먹어도 토해 내던 아이, 주님이 숨통 터 주셔2022-06-24 09:50
작성자 Level 10
[기적을 품은 아이들 <9>] 뭘 먹어도 토해 내던 아이, 주님이 숨통 터 주셔 기사의 사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윤성탄군이 18일 인천 부평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할아버지 윤수만 집사, 할머니 김유식 권사에게 학교에서 배운 춤을 자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아홉 살 윤성탄(지적장애 2급·다운증후군)군은 별명 부자다. 동네 놀이터를 지날 때면 쉼터에 앉아있는 어르신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잘해서 ‘인사 대장’, 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첫 번째로 하는 일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뽀뽀하는 일이라 ‘뽀뽀 대장’으로 불린다.

지난 18일 오후 인천 부평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성탄이를 만났다. “다녀와뜹미다아(다녀왔습니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은 성탄이가 부리나케 달려간 곳은 할머니 김유식(65·인천 명성교회) 권사 품이었다. 그러곤 별명대로 할머니 입과 볼에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캥거루 어미 마냥 손자를 안은 할머니는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 성탄이 선생님한테 인사 잘하고 왔어? 이제 할미 없이도 혼자 잘할 수 있지?”

9년 전 여름, 성탄이는 탯줄을 끊고 나서도 한참 동안 숨을 내쉬지 못했다. 무호흡증이었다. 엄마 품 대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인큐베이터에서 한 달을 보낸 후 퇴원했지만 성탄이는 3∼4일에 한 번꼴로 응급실에 실려 가야 했다.

“모유 분유 우유 뭘 먹여도 토하더라고요. 대소변도 잘 못 누는 아이가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둘러업고 응급실로 달려가는데 어찌나 심장이 벌렁거리는지.”

생후 1년 만에 성탄이는 오롯이 조부모에게 맡겨졌다. 어머니는 “장애 가진 아이를 감당하기 힘들다”며 아들 곁을 떠났다. 20년 전 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아버지는 가족과 따로 살면서 이따금씩 전화 통화를 나눌 뿐이다. 김 권사는 “그나마 세 살 되던 해 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하나님이 닫혀가던 숨통을 터주신 것”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성탄이의 등굣길은 할아버지 윤수만(72) 집사가 책임진다. 낡은 자전거가 성탄이네 자가용이다. 10분여에 불과한 거리지만 뒷자리에 성탄이를 태우고 페달을 밟는 게 할아버지의 유일한 낙이다. 윤 집사는 “학교 정문에서 손 흔들며 성탄이를 들여보낼 때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며 등교하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게 된다”며 “올해 안에 성탄이가 신발 왼쪽 오른쪽이라도 구분해 신을 수 있는 걸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성탄이는 대변이 마려울 땐 배를 어루만지고 배가 고플 땐 음식을 가리킨다. 김 권사는 “밀알복지재단 지원으로 지난해부터 주 2회 뇌파치료를 받으면서 1년 새 부쩍 말이 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료사 선생님께 ‘성탄이가 집중력이 좋아 언어치료 횟수를 늘리면 소통능력이 훨씬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길 들을 때마다 형편 때문에 치료를 더 못해주는 게 미안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성탄이네 월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수당 등을 포함해 60여만원. 월세와 관리비로만 30만원이 나간다. 치료비와 생활비로 끌어다 쓴 대출금을 애써 갚아왔지만 여전히 3000만원 넘게 남았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손자와 아들의 치료비를 대오던 윤 집사는 지난 5월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일터를 잃었다. 5년 전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김 권사도 고혈압 부정맥 등으로 몸이 성치 않다. 몇 년 후를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김 권사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생활은 녹록지 않아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 성탄이가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감사해요. 매일 밤 자기 전에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 찬양을 불러주는데 성탄이가 그 찬양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인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7회차 성금 보내주신 분(2018년 8월 22일∼9월 19일/ 단위: 원)

△김경소 40만 △김병윤(하람산업) 20만 △조원제 조동환 한승우 박갑현 10만 △김상태 김영란 연용제 이윤미 황성열 김숙이 5만 △김덕수 박성경 3만 △이일숙 이미숙 김덕자 권경희 사랑 2만 △김진일 김애선 김명래 1만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예금주: 밀알복지재단)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11073&code=23111111&sid1=c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