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1호 국회의원’ 태영호 의원이 말하는 사명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무리 공산주의에 꽉 찬 사람이어도 성경을 배우면 성령이 주체사상을 서서히 밀어내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금까지는 내가 잘나고 똑똑해서 성공한 줄 알았는데 탈북민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놀라운 기적을 겪고 보니 하나님께서 나를 쓰시려고 기회를 주고 훈련하시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독교 말살 정책을 편 북한에서 태어나 생활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후 신앙을 갖게 됐다. 태 의원은 “하나님은 내가 그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북한과 유럽에서의 삶 모든 걸 주관하시고 나를 한국으로 이끄셨다”고 고백했다. ‘민족의 화합과 치유’라는 사명을 받았다는 그를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나 북한의 종교, 통일 과정에서의 교회의 역할 등에 대해 들었다. -북한에도 교회가 있는 걸로 안다. 북한 주민들의 신앙생활이 궁금하다. “북한에 교회는 있지만 종교는 없다. 김일성 주석은 모태 기독교인 출신이지만 분단 이후 본인이 하나님 위치에 오르기 위해 반종교정책에 따라 기독교가 부흥했던 평양~신의주 벨트의 교회를 모두 없앴다. 평양에 봉수교회, 장충성당, 칠골교회, 러시아정교회 교회당 네 곳이 있지만 ‘우리도 종교가 있다’는 걸 외국에 보여주기 위해 만든 가짜 신당이다. 이들 대부분은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 개최를 1년 앞둔 1988년 김 주석의 지시로 지어졌다. 당시 행사에 참여할 외국인 70%가 범기독교인인 것을 알고 난감한 상황을 피하고자 급하게 지은 것이다. 이들 교회는 외국인 외에 당에서 내려온 목사, 당에서 뽑은 주체사상이 투철한 주민, 이른바 ‘조직 군중’만 이용할 수 있다. 이후엔 가짜 신당마저도 추가 건립 계획이 무산됐다. 가짜 신도들의 마음에 진짜 신앙이 피어나면서다. 조직 군중 대부분이 처음엔 억지로 교회에 나왔는데 점차 부지런히 출석하고 열심히 설교를 듣기 시작했다. 아마 김 주석이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진짜 신앙을 갖기 시작한다는 걸 몰랐을 거다. 그러나 그는 마음속에 신앙이 생기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신도들이 바뀌었다는 보고를 들은 김 주석은 화들짝 놀라 조직 군중 인원을 제한하고 교회 10곳을 지으려고 했던 계획도 취소했다.” -한국에 온 후 신앙을 갖게 된 계기는. “강연하러 간 교회에서 하나님 말씀을 처음 접했는데 매우 충격적이었다. 하나님 말씀과 교회 운영 방식이 북한의 주민통제시스템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십계명이 하나님 야훼를 믿으라는 조항으로 시작하는데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도 온 세상이 김일성 김정일을 믿으라는 항목으로 시작된다. 교인들이 주일에 교회에 가 회개하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정규화 생활의 날’인 토요일에 주민들이 모여 김씨 정권을 찬양하고 자아·상호비판을 한다.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달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탈북대안학교 한꿈학교를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교회에서 말씀을 듣다 보니 하나님이 내 삶을 인도하고 있다는 깨우침을 받았다. 한국에 온 지 5년도 안 됐는데 국회의원이 된 건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집안 배경이 대단하지 않은데 북한 최고 학교에 입학하고 외교관이 되고, 덴마크 스웨덴 영국 등 민주주의와 복지시스템이 가장 잘돼 있는 국가들에 근무하게 된 것도 내 능력을 벗어난 기적 같은 일들이었다. 하나님이 나를 쓰기 위해 인도하신 것이다. 평양과 유럽을 오고 가게 하시면서 ‘잘 봐라, 어디가 진리냐’ 하신 거다. 내게 남과 북, 양 체제를 비교하게 하시고 말도 안 되게 노예처럼 사는 북한 주민들을 빨리 구원시키는 데 나를 쓰고 계신 것이다.” -하나님 말씀을 정치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 태 의원이 지역구 주민이 선물한 ‘필승(必勝)’ 글씨를 보여주는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 “정치는 상대가 있는 스포츠와 같다. 정당의 존재 목적은 정권을 차지하는 데 있다. 정치인은 어떻게 하면 상대를 이길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모색한다. 정치에선 불가피하게 사람을 사랑과 화합이 아닌 아군 혹은 적군으로 본다. 그러나 매주 교회에 오면 사람은 늘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을 듣는다. 말씀을 듣고 나면 한 주 동안 내 마음속에 쌓였던 미움, 원망이 녹고 대립하던 관계들이 하나로 이어져 사랑의 띠가 형성된다. 이 화합의 에너지를 정치 활동에 적용하려 노력한다. 지난달에는 왜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줬는지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 인간에게 가장 더럽고 낮은 게 발인데, 그만큼 남보다 자신을 낮추고 봉사하고 헌신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는 곧 ‘나를 낮출수록 정치인으로서 국민 신뢰를 얻게 된다’는 뜻 아니겠나.” -통일 과정에서의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이 재개되면 교계가 나서서 북한에 한국인 전용 교회를 지어달라고 제안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멀리서라도 십자가를 본다면 북한 정권의 허구성을 의심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장기적으로 통일 과정에서 교회는 화해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현재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는 김씨 정권의 눈 밖에 난 수십만명이 갇혀 있다. 통일 이후엔 과거사 청산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를 것이다. 교회가 화합의 자리를 마련하고 하나의 민족을 미래로 이끌어야 한다.” -향후 꿈이 있다면. “북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성경을 쓰고 싶다. 주체사상, 유물론이 주입된 북한 사람에게 지금의 성경책은 아주 어렵다. 나는 북한을 체험한 동시에 신앙생활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작업이 가능하다고 본다. 왜 십계명에 안식일이 있고 이것이 어떻게 김씨 정권의 10대 원칙에 반영됐는지 등 내가 그간 충격을 받았고 깨달은 내용을 공유한다면 북한 사람들도 성경책에 쉽게 다가가고 북한 정권의 허구성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95377&code=23111111&sid1=chr | 
